국내 환풍기 시장 1위 힘펠 화성 쇼룸 가보니...현관부터 욕실·주방 환기까지
‘올바른 환기가전’→'숨 쉬는 집’ 슬로건 교체...B2C 공략
“이산화탄소·유해물질 가득한 가정, 환기 필요”
외출 후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에어건으로 옷 먼지를 털어내면 천장에 설치돼 있는 청정기가 동시에 작동되면서 오염물질을 빨아들인다. 드레스룸에 겉옷을 걸어 두니 그 위로 천장형 제습기가 돌아간다. 욕실에서 샤워하고 나오면 온풍, 제습, 건조, 헤어·바디 드라이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는 환풍기가 습기를 빨아들이고 따뜻한 바람을 내뿜어 몸과 머리카락을 동시에 말려준다.
30~52dB(데시벨) 수준으로 조용한 저소음 주방 후드를 켜고 고기를 구우면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전원을 끄더라도 30초 동안은 남은 열, 냄새, 가스, 미세먼지를 강력하게 빨아들인다.
지난 7일 찾은 경기도 화성의 환기 전문업체 힘펠 본사 2층에 마련된 쇼룸 한 켠의 84㎡의 모델하우스에서는 이처럼 회사 첨단 환기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힘펠은 국내 욕실 환풍기 시장 60%를 차지한 1위 업체다. 브랜드 아파트에 기본 장착된 환풍기 절반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다. 김정환 대표가 1989년 진도정밀화학이란 이름으로 설립한 힘펠은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욕실 환풍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내 유해 공기를 배출하고 실외 공기를 유입하는 환기 시스템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환기시스템은 미세먼지를 비롯해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까지 제거한다는 점에서 공기청정기와 차이가 있다.
환기시스템은 전열 교환 소자를 통해 겨울에는 실내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 사이의 열을 교환해 실내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여름에는 실내 시원한 공기와 외부 뜨거운 공기 열을 교환해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해 에너지 낭비를 막는다.
단열을 위한 이중창, 삼중창 도입 등으로 구조적으로 아파트 환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정부에서는 2006년 100세대 이상, 2020년 30세대 이상에 환기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한 상태다.
그러나 베란다나 실외기실에 환기시스템을 설치한 아파트 가운데 실사용률은 30%에 그치고 있어 인식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 이후 환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회사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44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362억 원으로 두 배 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하는 ‘벤처 1000억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2023년 11월).
창립 35주년을 맞은 힘펠은 ‘올바른 환기가전’ 대신 ‘숨 쉬는 집’으로 슬로건을 바꾼다. 힘펠 환기 가전이 욕실뿐만 아니라 현관, 거실, 침실, 주방, 드레스룸 등 집 전체의 공기 질을 관리하는 ‘숨구멍’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간 기업 간 거래(B2B) 위주였던 매출을 소비자(B2C)로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아토피, 새집증후군 등 공기 질에 민감한 고객들로부터 환기시스템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힘펠은 욕실용 환기가전 ‘휴젠뜨’가 맘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B2C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처럼 B2B 위주였던 주방 후드 등 다른 품목도 소비자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힘펠은 ‘공기, 에너지 기술을 통해 인간 건강에 기여한다’는 회사의 중요 미션 아래 지난 35년간 환기 분야에만 매진해 환기 가전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환기를 안 해서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올라가면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큰 만큼 환기의 중요성, 환기하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려 관심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B2C에 이어 해외 매출을 늘리는 것도 회사 성장 전략 중 하나다. 그는 “현재는 유럽, 아시아, 인도, 중동 등 13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상반기에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건축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진출국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환기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해외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